[이완홍 칼럼]우리 이웃을 위한 행진
이웃이라는 말은 가까이 사는 사람, 가까이 사는 집이라고 설명한다. 이 말처럼 정감 어린 말이 있을까? 그래서 이웃은 가족처럼 친근한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에게 이웃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해 본다. 지금 우리는 서로에게 문을 닫고 소통을 않는 시대에 사는 것 같다. 마치 외로운 성과 같아서, 스스로는 만족하지만, 이웃은 없다. 라티노 이민자들을 돌보는 사제가 어느 집을 방문하여 문을 두드리니 그 안에 있던 여인이 문을 조금 열고 쳐다본다. 그녀의 두려움에 가득한 눈빛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는 두려움 속에 문을 활짝 열지 못하고 숨죽이고 사는 이웃들이 존재하고 있다. 지금 이 나라는 하루하루를 이웃의 배려가 없이는 살 수 없는 이민자나 난민들에게 공포와 불안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경우도 많다. 이것은 자리를 잡고 평안하게 사는 사람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고, 우리 이웃을 위하여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책임이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두에게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이민자 난민을 위한 행진’을 위해 지난 4일 볼티모어 시내 성바오로 성공회 교회에서 모였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찍부터 300여 명이 모여서, 이곳에 함께 사는 우리의 작은 이웃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한 행진을 시작하였다. 인종, 종교,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와 정치적인 이해로 차별받으며 자유롭게 살 수 없다면, 우리 스스로 위험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세상을 평화롭게 바꾸기 위해서 사람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우리의 이웃이 누구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자리를 갖는 것이다. 성공회 메릴랜드교구의 이민자, 난민을 돌보는 단체(ERICA)를 중심으로 모였지만, 일반인과 성공회, 천주교 주교와 성직자, 개신교인 모두가 함께하였다. 특별히 눈에 띈 것은 어르신들의 참여가 많았다는 것이다. 몸이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두 시간을 걸으며, 구호도 외치고 피켓을 보여주며 우리의 약한 이웃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평화롭게 어울려 살자는 메시지를 전하였다. 그들의 열정은 차가운 바람을 막아내기에 충분하였다. 가는 길마다 시민들의 참여와 지지를 받으며 행진하였다. 세인트존스 성공회에서도 한인 다섯 분이 참여, 우리도 이 땅의 이웃이라는 사실을 함께 전할 수 있어 뜻 깊었다. 성공회 대성당에 도착하여 여러 명의 소감을 듣고, 특히 가나 난민의 어려운 삶을 들으면서 자기만의 안전과 평안을 위해서 사는 것이 결코 지혜로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땅의 주인은 내가 아닌 우리가 되어야 하고, 내가 열심히 사는 것은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한 공동의 선이 목표가 될 때 비로소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되지 않겠는가? 실제로 한인들은 다양한 이민자와 난민들과 더불어 살고 있고 살아야만 한다. 때론 그들의 도움으로 비즈니스와 삶이 채워지고 있기도 하다. 이들을 단순 노동자로만 취급하여 일당을 주는 수직적 구조보다 이웃으로 바라보고 대하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더불어 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이웃이 다양해지고 확장될수록 세상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 세상을 이루기 위하여 서로를 배려하고 따뜻한 인정으로 감싸 안고 더불어 살아갈 때 미국은 더욱 안전한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웃을 위하여 더 많은 행진을 해야 할 것이다. 이때 우리 한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이 사회가 우리를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데 인색함이 없을 것이다.